가족이야기

어머니의 추어탕

스티브황 2008. 8. 15. 11:25

 어머니는 자식들이 모이는 날이 되면 어김없이 추어탕을 끓이신다. 아들 며느리들이 모두 좋아하니까. 이번에도 미리 끓여 놓으셨다.

 

절(창화사)에 스님이 절에 계시라고 했는데도 아들들이 내려온다고 하면서 시장에서 미꾸라지를 사서 미리 추어탕을 끓여 놓으셨다. 여느 추어탕집에서 먹는 추어탕보다 더 맛있다. 어머니 입맛에 길들여 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머니의 며느리들도 다들 좋아한다.

 

큰 접시에다 야채가 듬뿍 들어간 추어탕에다, 장독에서 갓 퍼온 생된장에다 밭에서 딴 고추를 찍어 먹어니 이보다 더한 맛이 있으랴 싶고 이보다 더한 피서가 있으랴 싶다.

 

또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묻어나와 맛을 더욱 깊게 하는 것 같다. 여름철이면 특히 비오는 날에는 미꾸라지들이 저수지 등에서 도랑을 타고 많이 올라오므로 모두들 미꾸라지를 잡기 위하여 들로 냇가로 나선다.

 

도구라야 주전자, 미꾸라지채( 초기에는 대로 만든 채 였으나 나중에는 가는 철사로 만든 미꾸라지 채가 나왔다.) 그리고 바지를 걷어올리고 고무신을 신고 나선다.

 

대개는 어린 동생이나 조카가 주전자들 들고 우산을 쓰고 나서면 집에 있는 가족들은 기대반 무관심 반으로 기다린다. 많이 잡으면 추어탕 꺼리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우물가 대야 등에 모아 두었다가 다시 더 많이 잡히면 추어탕을 끌인다.

 

이도저도 아니면 읍내 장터에 가서 사가지고 오셔서 끓인다. 자식들이 장성하고 고향을 떠난 뒤에는 거의 시장에서 미꾸라지를 사 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