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친구의 얼굴에서

늙어가는 친구의 얼굴에서

고향길이 보이고

어린시절이 보인다.

 

친구의 주름진 얼굴에서

그 친구 아버지의 얼굴이 보인다.

 

친구의 꺼부정한 어깨에서

쟁기질하는 소가 보이고

"이랴!"하며 등구부려 쟁기질하는 늙은 농부가 보인다.

 

친구의 해맑은 웃음속에서

소꼴 먹이러 가는 우리들이 보이고

지게지고 야산에 나무하러 가는 동네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친구의 얼굴에서

우리들의 어린시절이 보이고

산넘어 사는 친구네 동네가 보이고

굽이굽이 산길따라 들길따라 가는 친구의 등이 보인다.

 

친구의 이야기에서 고향 친척의 이야기에서

시집가서 농부의 아내가 된 고모가 보이고

읍내 장터에서 장사하는 이모가 보인다.

 

이제 오래된 친구로부터 옛 고향 들판과 야산이  보인다.

 

친구의 얼굴에서 어린시절이 고향이 파노라마처럼 내 마음속에

비추다 사라진다.

 

자네 어른을 빼닮은 친구야

어른은 하마 작고하셨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