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생일잔치
오늘(2010.11.14.일) 어느 생일잔치에 초대를 받아서 갔다. 필리핀의 문화도 체험할겸 해서...여기 수빅의 직원들과 같이 점심시간에 맞추어 갔었다. 주인공이 문 앞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생일잔치의 주인공은 오랜 경찰생활을 은퇴한 퇴역 장군인데, 지금의 어느 경제특별구역의 치안책임자로 있다. 교민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경찰들의 비리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경찰들이 길거리에서 교통위반으로 범칙금 대신 뒷돈을 받다가 걸리면 바로 옷을 벗긴다고 한다. 또한 이를 감시하기 위한 경찰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고...그리고 잰틀하고.
근데 생일잔치 절차가 퍽 감동을 준다. 아침 일찍 경찰 앞마당으로 원주민들을 모아서 선물을 돌리고, 그리고 부부가 같이 성당에 가서 예배를 올리고, 그리고 생일 파티 장소로 이동하여 모여든 손님들에게 음식을 접대하는 절차이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전에는 호텔을 빌려서 거창하게 하였는데, 본인이 검소하게 생일잔치를 하기를 원한다고 하고, 그리고 찬조금이 들어오면 그걸로 어려운 원주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음식들은 생일에 참석하는 가까운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들어서 가져 왔다고 한다. 한 교민은 김치와 쌀을 보내주었다고...
근디 일반인들의 생일잔치는 돈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생일 음식을 차리고 그리고 대개는 다니는 직장에서 휴가를 내고 친척과 직장 동료들을 초청하여 마치 우리의 결혼잔치와 비슷하다. 생일잔치에는 어린이고 어른이고 구분이 없다. 우리회사에 다니는 필리핀 직원 한명은 이틀을 휴가내서 딸아이의 생일잔치를 하였고, 다른 엔지니어 한명은 딸의 생일잔치를 위하여 당연히 하루를 휴가내고 그 전날에는 일찍 보내달라고 애걸이다.
너무 낙천적이라서 그럴까 당연히 우리와 대비가 된다. 우리는 요즘에사 어린들의 생일잔치를 어머니들이 아이들의 친구를 불러서 치킨, 피자를 사주는 정도이다. 어른들이야 당연히 전통적으로 가족과 친척들과 조촐히 치르고 만다. 직장에서 서로를 성가시게 하지 않을려고 잘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특히 공직자들의 경우 가족과 조촐이 치르는게 미덕이 되었다. 없이 살아오다 보니 크게 잔치를 하면 낭비가 되고, 또 주위 사람들과 특히 부하들에게 피해를 줄 수가 있으므로 가급적 삼가해 왔던게 우리들의 그동안의 전통이 되었다. 이러한 전통 내지 미덕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쌀 한톨이라도 아끼고 절약하기 위하여...
근디 여기는 아이들의 생일잔치에까지 초대를 한다. 돌잔치나 백일잔치가 아니다. 나이에 관계가 없는 모양이다. 생일잔치와 크리스마스 파티가 가장 크게 한다고 한다. 음식을 푸짐하게 만들어서 나누어주고...잘 살던 못 살던 그렇게 하는 모양이다.
우리 시각에서 보면 저축도 없이 벌면 써버리고 미래에 대비하지 않는다고 하고, 필리핀 인들의 시각에서 우리를 보면 너무 힘들게 일하고 악착같이 모을려고 하고 항상 일에 쫒기고 얼굴 표정이 굳어 있다고 한다. 어느쪽이 옳고 그름이 있겠는가, 그냥 살아온 방식과 가치관이다 보니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먹을게 없으면 굶어 죽고 또한 미리 겨울준비를 하지 않으면 또한 얼어 죽는다. 그러나 여기 필리핀은 얼어 죽을 일이 없고 잠자리야 아무데나 나뭇잎만 깔아도 잠을 잘 수가 있다. 숲속에 들어가면 뭐라도 영양가야 없겠지만 먹을게 있다. 그리고 너무 덥다 힘들게 일을 할 수가 없다. 이러한 환경과 역사적 배경이 서로의 사는 방식과 생각이 달라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