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트렉에 얽힌 이야기
제비츠렉 또는 제비트렉이라고 보른다.
Swallow Track이다. 제비항적이다.
일본쪽에서 불현듯 울릉도 근방 KADIZ로 불쑥 나타나서는
레이다 스코프상에서 벼룩이 뛰듯이 아니 얼룩말이 뛰듯이 성큼성큼 북쪽 강릉쪽으로 올라온다.
장거리감시수(Long Scope Operator)는 약100마일 바깥에서
레이다의 감시거리가 미치는 바깥까지 감시를 한다.
몇 초에 한바퀴씩 스코프상에 커서가 돌아간다.
아마도 2차세계대전 영화나 일본제국의 하와이 진주만 기습공격하는
영화 "도라도라도라"에도 나오는 그런 진공관식 레이다 감시 스코프다.
커서가 한바퀴 돌때마다 비행물체는 반짝하는 반사체로 점을 찍는다.
여객기는 비행기가 큰 만큼 반사체의 점이 크게 나타나고 식별하기가 쉽다.
전투기는 상대적으로 반사체의 크기가 작으며 공중 기동훈련을 하므로
찾았다가도 급강하 하는등 저공비행이나 구름속에 들어가면 찾아내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제비트렉은 상대적으로 식별이 용이하다.
물체가 크기도 하거니와 고고도 비행을 하므로 레이다에 잘 포착이 된다.
커서가 스코프(화면)를 한바퀴 돌때마다 이동거리가 성큼성큼 나아간다.
초임 하사시절 제비트렉에 대한 정확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니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오후 장기리감시수 근무를 하던중 독도 상공에 미식별 물체가 우리 식별구역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고 있었다.
처음엔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서 반사체를 보기만 하고
전시판에 전시를 시키지 않았다.
베테랑 단거리감시수가 스코프상에 나타나는 수십 개의 민항기와 전투기를 입이 아프도록 불러서
전시를 시키고 있던 하루중 가장 바쁜 시간대였다. 주저하다가 틈을 내서
옆의 고참에게 물었더니 빨리 전시판에 불러주어서 전시를 시키란다.
조금 늦게 불과 몇분, 2 ~ 3분 사이에 이미 우리 식별구역안에 들어와서야
붉은색의 항적을 전시하게 하였다.
전시를 하자마자 난리가 났다. 미식별 항적(Unknown)이 이미 우리 식별구역안으로 들어오도록 잡아내지도 못하고
적아 식별도 못했으니 당연히 방공망에 구멍이 뚤린셈이 된 것이다.
우리의 하늘 즉, 영공을 방어하는 원칙이 있다. 방공식별구역을 그어 놓은 것은 우리 식별구역안으로 미확인 비행물체가 못 들어오게 할 뿐더러
들어오게 되면 재빨리 적아를 구분하는 식별을 하여야 하고
적기성 비행물체이면 신속히 전투기를 출격시켜서 식별을 하게 하거나 물리쳐야 한다.
그러므로 재빨리 우리 식별구역으로 들어오기 전에 전시를 하여 식별하여야 함에도
혼자서 뭔가하는 호기심만 가지고 관찰하다가 식별시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독도 상공 근방에 붉은색의 미식별기를 전시해 놓으니 발칵 뒤집어진 것이다.
독도 상공은 당연히 우리 식별구역 안이기 때문이다. 우리 식별구역안으로 미식별기가
들어오도록 감시를 소홀히하게 된 결과가 되었다.
물론 재빠르게 SR-71이라는 제비트렉으로 식별이 되고 전시판의 전시색깔도
붉은색에서 식별된 우군기를 표시하는 흰색으로 바뀌긴 하였지만...
그때 난 OJT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약 6개월 가량의 OJT가 끝나야 정식 감시수가 되는 것인데...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수많은 전투기와 민항기가 뜨는 바쁜 낮 시간대에는
가장 한가한 장거리감시수로 맡겨지게 되었다.
상부에서 경위를 파악하는 경위서를 쓰게 하였지만 무자격이므로 쓸수가 없어서
바로 위 고참이 대신 경위서를 쓰게 되었다.
10.26사태와 같은 안보상 국방상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매일 한차례씩 일본쪽에서 동해상으로 올라와서 강릉을 지나면서 좌측으로 틀면서
휴전선을 관통하게 된다.SR-71 고공 고속 정찰기이다.
레이다에 추적이 되지 않는 스텔스기가 나오기 전 최첨단 고공 고속 정찰기였다.
6만에서 8만피트 상공을 마하3 ~ 4 이상으로 날으면서 고성능 적외선 카메라로 지상의 물체를 정확히
찍어서 식별하는 기능을 갖춘 정찰기였다. 미사일이 좀처럼 미치지 못하는 고공과 미사일과 비슷한 속도로
날으다 보니 뻔히 레이다에 잡히면서도 요격이 불가능하였다. 물론 지금의 첨단기술로는 요격이 가능하리라 보여지지만
그 당시에는 요격이 불가능한 비행기였다.
마하1 ~ 2.5로 달리는 미국이나 러시아제 전투기도 따라 잡을 수가 없는 비행기였다.
휴전선 근방의 북한군의 동태 즉 이동상황을 매일매일 체크하여 남침 징후를 발견하고자 하는
정찰이었다. 이런 사정을 북한도 알다보니 함부로 군대와 무기를 휴전선 쪽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전쟁 억지 내지는 예방적 효과가 상당히 컷다고 믿어진다.
SR-71은 그 당시 북한이 함부로 책동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첨단 신무기였다.
지금이야 Google Earth에서 보는 것처럼 인공위성에서 지상의 차량넘버까지 확인하는 시대이다 보니
SR-71의 존재감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없겠지만 그 당시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첨단이고 첨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