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동행은 같이 걸어가기 또는 같이 행동하기 쯤일 것이다. 어머니와 같이 길을 갈라치면 어머닌 항상 몇 걸음 뒤에서 따라 오신다. 노인네라 또는 걸음이 잘아서 늦께 뒤따라 오시겠거니 여겼다. 그러다 우연히 어릴적 기억이 살아나면서 생각이 잘못되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5일장, 장날이면 아버지뻘 이상의 남정네들, 어머니뻘 이상의 아주머니들, 마을 뒤 오솔길을 걸어서, 산모룽이를 돌아서 가뭇가뭇 읍내 장터에 가신다. 남정네들은 빈손이거나 지게에 내다 팔 콩 등을 지고 허리구부리고 힘겹게 읍내 간다. 아주머니들은 머리엔 뭔가를 이고 즐거운지 재잘대며 걸어간다. 남정네들은 앞서가고 아주머니들은 뒤쳐저서 잰걸음으로 바삐 따라간다. 절대 남정네를 앞지르지 못하고 그렇다고 앞지를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남정네 뒤를 따를 뿐이다. 같이 나란이 걷기가 없다. 지금도 어머니와 같이 병원에라도 걸어 갈라치면 늘 뒤따라 오신다. 뒤를 돌아보고 오시라 해도 그냥 뒤를 따라올 뿐이다.
오후쯤엔 읍내장터에서 장거를 보고 잰걸음으로 산모룽이를 돌아 오신다. 아득히 가물거리는 흰옷입은 아주머니들 무리 속에서 엄마 모습을 찾는다. 장에 갔다오시는 어머니도 반갑지만 머리에 이고우시는 장꾸러미 속 군것질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도 5일장을 은근히 기다린다. 모두 바삐 돌아 오신다. 집에서 기다리는 새끼들 장거리로ㅇ푸짐한 저녁밥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십리사탕이라는 사탕을 하나씩 돌리기도 하고, 과자거리를 나눠주기도 한다. 그리곤 옆집 장거리를 갖다주라고 시키곤, 급히 저녁밥을 짓는다. 그리고 밥솥 불때는 불개비 위에 갈치를 잘라서 언저놓으면 고소하고 비릿한 입맛 돋구는 갈치가 익어 간다. 장날이 가까워지면 반찬거리가 바닥나고 김치와 무우말랭이국이나 땅속에 뭍어둔 무우를 꺼내 무우국을 끓여 나온다. 저장된 반찬들이다. 어머닌 늘 뒤쳐저 걸으면서 가족들 자식들 뒤치닥거리를 다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