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의 콩을 베어서, 두드려서, 콩을 수확하면
주로 메주용 콩으로 쓰기 위하여 보관을 하고
일부는 콩을 볶아내고 그리고 간장에 담가 절여서 콩볶음 반찬이 된다.
작은 항아리에 담아두고...
어머니께서는 아침, 저녁 밥상에 콩볶음을 반찬으로 올리지 않으신다.
자식들 우리들의 점심 도시락 반찬용으로만 쓰기 위해서다.
어머니도 도시락 반찬 만들랴 아침마다 법석을 떨지 않아서 좋고
우리는 고소한게 먹기 좋아서 좋고
그래서 콩볶음 반찬이 도시락용으로 그때는 많이 이용되었다.
콩에는 단백질이 풍부하다고 학교에서도 배우고
신문 방송에서도 연일 광고를 하고 그랬다.
돼지고기, 소고기 먹기가 귀한던 시절 콩에는 육식에 버금가는 영양소가 있다면서...
국민들에게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먹기를 권장하였던 시절이다.
콩볶음 도시락 반찬이 다만, 흠이 있다면 간장에 재어서 그런지 도시락 보자기에
심지어는 책가방에도 간장국물이 배어나온다.
간장국물이 배어나와도 그러려니 다들 한다.
그래서 그렇게 많이 부끄러워 하지는 않았다.
도시락, 그때는 스텐으로 만든 벤또가 요즘처럼 보온이 된다거나
밀폐가 잘 되어서 반찬국물이나 냄새가 베어나오지 않는다던가 하지를 않았다.
바로 식어지고, 국물이 베어나오고, 냄새가 흘러나오고
간혹 등교길 버스를 타면 묘한 반찬 냄새가 많이 난다.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다들 그러하니까...
바탄 RIMAY시에서 대림산업이 페트론의 정유공장 신축공사장 주위를 둘러보러 갔다가
마닐라 교민 가족이 차린 식당 "맛깔네"에서 콩볶음을 보았고 맛을 보다가
그 맛 속에서 옛날 어린시절 중학교 때의 도시락 콩볶음 반찬이 생각나고
그 맛을 어언 40년 만에 만리 타국 필리핀에서 느낄수 있었다니 ...
<사진 : 맛깔네집 식탁에 오른 콩반찬>
사진속의 콩반찬은 콩을 볶았다기 보다 말려서 간장과 강정등에 절여놓은 듯하다.
재래식 부엌의 솥을 아궁이에 거꾸로 매달아서 볶은 콩을 간장에 절인 거와는
약간 맛이 달랐으나 어쨋던 그때의 맛이 살아나고 추억이 살아나게 하는 콩 반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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