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

내가 경험한 KADIZ

스티브황 2013. 12. 7. 14:41

1970년대이다.

월남이 패망하고 베트남으로 통일이 되었다.

그리고 통일베트남과 중국간에 1979년경인가에 전쟁이 붙었다.

언론에서는 프랑스 미국과의 오랜 전쟁경험이 많은 베트남이 이겼다고 하던 시기였다.

 

국제관계가 참 묘한게 베트남이 미국하고 전쟁할 땐 같은 공산국가인 중국과 러시아가

도와주었을 텐데...지들 끼리 전쟁이 붙으니까 또 파가 갈렸다.

러시아가 베트남을 지원하였다.

군수물자를 공급하고 전략폭격기를 띄워주고 하던 때였다.

 

그 당시 러시아의 TU-95라는 전략폭격기는 미국의 B-52와 비교되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장거리 전략폭격기이면서 정찰 기능도 가지고 있었다.

 

이 TU-95가 중국과 전쟁을 하고 있는 베트남을 지원하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우리의 동해 앞바다와 대한해협을 통과해서 베트남으로 비행하였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 부근에서 날아와서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인 울릉도 동쪽을 통해서

독도 부근을 지나서 대마도 부근으로 날아가는 코스였다.

이때 독도에서 약간 더 동쪽으로 해서 지나가면 KADIZ를 넘어오게 된다.

 

비행계획서 제출도 없이 그것도 적성국인 러시아의 폭격기가 지나가니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러시아 폭격기와 싸울 수 없는 일이 없었다.

 

러시아가 베트남을 지원하기 위한 최단거리가 대한해협과 독도를 지나가는 코스다.

러일전쟁 당시에도 유럽에 있던 러시아함대가 대서양과 인도양을 건너오는 오랜 항해로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대한해협을 항해하고 있었고, 지금의 진해 해군기지에서 대기하던 일본함대가

긴급히 진격하는 기습공격으로  독도에 이르기 전에 거의 전멸하고 말았다. 그만큼 기습의 위험을 무릅쓰고서 라도

가고싶은 항해거리와 비행거리를 단축시키는 지름길이다. 그렇다고 일본을 우회해서 먼 태평양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이라 다소 주변국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러시아라는 강대국의 힘으로

단거리 코스로 직행을 하였을 것이다.

 

일단 KADIZ를 침범(HIT)하면 교범에 따라 방공통제소에서 전투기지로 전투기의 긴급출격 비상을 건다.

거리가 가깝고 그 당시에는 첨단 전폭기인 팬텀기를 띄웠다.

활주로에 비상대기하던 2기 1조인 팬텀기 편대가 활주로에서 긴급 이륙을 하고 나서

고도를 잡아 가면서 출격 사유와 목표를 지정해 준다.

즉, 다시 말하면 출격 비상이 걸리면  방위와 고도 속도 지시만 받고 무조건 이륙하게 된다.

이유는 분초를 다투어서 조금이라도 빨리 출격을 하기 위해서다.

전투기 기종마다 비상출격 이륙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 시간 이내에 이륙하여야 하기 때문에 쉽게 말해서 무조건 뜨고 본다면 맞다.

 

목표 방위는 독도 쪽이고 고도는 높일 수 있는데 까지 높여서 연료소모를  줄여서

최단시간내 TU-95와 조우하게끔 유도를 한다. 팬텀기가 독도까지 날아가서 오래동안

머물면서 작전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연료가 곧 떨어지기 때문이다.ㅎ

항상 전투기는 모기지로 돌아올 정도의 연료가 있는 상태에서 작전을 종료하도 돌아와야 한다

 

이런 상황을 알기에 요즘 이야기되고 있는 공중급유기 도입논의가 늦어도 많이 늦은감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도서 영토와 KADIZ를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하고 지지한다.

 

TU-95를 육안으로 식별하게끔 유도해 주면 팬텀기 중 한대는 TU-95와 나란히 비행을 하고

한대는 뒤를 따르면서 팬텀기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을 하게 된다.

나란히 날으는 사진을 비행장 사무실같은 데서 종종 볼 수 있었다.

우리 KADIZ내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서다.

 

그당시 출격한 조종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계적으로 미국 다음의 군사강국인 러시아의 폭격기를 어찌하지는 못하고

우리 KADIZ를 무단으로(허가없이) 침범하였다는 사실을 비행시위로서

알려주는 임무였다.

 

이당시가 1970년대 말이었는데, 1983년경에 우리 민항기인 KAL기는 러시아 영공을 침범하였다고

러시아 전투기로부터 공격을 받고 태평양에 떨어지는 비참한 사건이 있었다.

약소국의 비애를 느끼는 대비되는 두 사건이다.

 

우리 KADIZ를 지나고 나면 이어서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인 JADIZ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당시엔 일본 주력 전투기는 F-104였다. 일본 본토에서 F-14기가 독도 상공쪽으로

다시 말하면 TU-95에 접근하기 위하여 날아오는게 레이다에 포착된다.

 

아슬아슬하게 우리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도 하지만 침범하기도 한다.

그당시 일본 레이다기지와 비상라인(HOT LINE)이 있었다.

이런일 말고는 별로 쓸일이 없었다.

선임관제사(Senior Director)의 지시에 따라

일본 방공통제소의 핫라인 스위치를 내렸다 올리면

곧바로 "모시 모시"라는 카랑카랑한 군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긴장되고 떨리기도 하였지만 미리 머릿속에 넣어두었던

말을 쏟아냈다. 인사말하고 농담할 여유(시간)도 없거니와

무엇보다도  우리말과 일본어로 대화가 되지 않았다.

서로간에 짧은 영어 말고는 달리 대화가 되지 않는다.

짧게 "YOUR FIGHTER, DO NOT HIT KOREAN ADIZ"하자

상대방 역시 "하이"하고는 핫라인을 끊고는

레이다상 독도상공 KADIZ를 지켜 보았다.

 

곧바로 일본의 전투기가 선회를 하더니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벗어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우리의 의지를 대화로 전달시키는데 성공하였구나 하는

안심과 뿌듯함을 느꼈다.

 

독도상공을 지나면 일본 전투기가 러시아 TU-95와 동행하면서 일본 방공식별구역을 벗어나기까지

지루하게 동행을 하게 된다.

베트남과 중국의 전쟁이 끝날때까지 이렇게 러시아의 전폭기가 나타나면

이에 대응해서 전투기를 띄우곤 하였다.

지금까지 이어도 상공과 홍도 상공이 KADIZ영역밖이었다니...

그나마 지금이라도 확대해서 우리의 영토를 지키겠다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해야 할지 걱정스럽다.

제발 쌈박질하지 말고 국가의 경제와 미래와 국방을 걱정하는 그런 국회가 되었으면 한다.

 

'요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드나잇 크루의 상하번 풍경  (0) 2014.07.29
제비트렉에 얽힌 이야기  (0) 2014.06.02
독도침공 저지훈련  (0) 201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