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에는 장인어른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전번 추석때 보았던 토기 한점이다. 마산어시장에서 횟감을 사 와서 큰처남, 아래동서 가족 등과 같이 반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으면서 우연히 다시 토기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때를 놓칠세라 골동품은 잘 보관하는 사람에게 맡기는게 좋다면서 제 한테 주시면 잘 보관하고 또한 값어치를 적당히 시세를 봐서 처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 엊저녁에 술김에 했던 이야기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인사를 드리고 출발할려는 참에
장인어른께서 저거 가져 가라고 하신다. 처음에 무슨 말씀인지 몰라서 벽면 서재쪽을 봐도 눈에 딱 집히는게 없어서 어리둥절하게 다시 장인어른을 바라보니 저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는 쪽을 보니 토기가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집어 들었다. 물론 아내는 내키지 않는 눈치였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갖고 와야 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항아리 안에는 언제 어디서 출토가 되었고 누구로부터 언제 선물로 받았다고 씌여 있었다.
보관하시던 분이 장인어른의 친구분으로 1960년대에 습득하였으며 감정한 바 고려초기라고 하셨단다. 문집 편집하시는 일에 도움을 주었더니 작년 8월에 따로 사례하기 보다 보관하고 있던 토기 한점을 선물로 주셨단다.
항아리 주둥이 쪽이 조금 떨어져 나간 것이 흠이긴 해도 잘 보존 보관된 걸로 보여진다. 고려초기라면 900년대인데 이미 중국에서는 도자기가 성행하고 있던 시기다. 물론 문물의 전파 속도가 오늘날과 같이 절대로 빠를수가 없다.
선진문물이 다른나라에 전파되기에는 수십년 아니 수백년이 걸리기도 한다. 더더구나 그 제조기법은 요즈음으로 치면 첨단기술과 다를바가 없다. 그래서 비단이 도자기가 서양에 수출은 되었어도 그 제조기법이 전해지기는 불과 몇백년 전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고려시대 함양이라면 변방이고 중국의 선진문물이 들어오기에는 수도인 개경과 배로 왕래가 가능한 서해안 지역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도자기 굽는터가 서해안 일대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어머니께서 60년대 7남매를 매일 손빨래해서 입히고, 재래식 부엌에서 땔감으로 밥을 지어서 하루 세끼를 만들던 시절에 이런 말씀을 하신걸 기억한다.
미국에는 전기로 밥을 짓는다는데...하시면서 매우 부러움이 섞인 투로 말씀하시던 것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할 수가 있다. 그 전기밥솥이 70년대 후반 아니면 80년대 초에 럭키전자, 삼성전자 등을 통하여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적어도 미국, 일본과의 전기밥솥이 일상에 쓰이기까지의 시간차는 적어도 10년이 넘을 것이다. 하물며 과거 천년전의 일을 말해서 무슨 소용일까.
아래사진은 측면 사진이다. 유약이 발달되기 전이라 모양을 내기 위하여 테두리에 굵은 선을 넣고 그 사이에 작은 빗이나 솔 같은 걸로 무늬를 넣고 있다.
윗 주둥이 부분이 깨져있다. 깨진 부분이 선명한 걸 보니 출토시기 또는 그 이후에 깨진것 같다.
아래사진은 위에서 찍은 사진이다
아래사진은 밑둥을 찍은 사진이다. 굽이 없고 그냥 밋밋하다. 항아리 밑부분에 일부 유약을 발랐는데 굽이 없어서 토기 바닥쪽 유약이 흘러 들었는지 바닥 가운데 부분이 유약의 흔적이 보인다.
아래사진은 장인어른께서 보관하게된 배경을 적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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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좀 여유가 생겼을때 장인어른께 토기값으로 치고 용돈을 드리라고 아내에게 하였더니 아내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한다.
이 토기를 사위에게 주고나서 장모님이 몹시 서운해 하신다고 하여 처갓집 모임 (아마 장인어른 생신이었는지도 모르겠다)에 갈때 장모님이 어색해 하지 않도록 모르는 척하고 다시 제자리에 갔다 놓는게 좋겠다고....
장인어른은 큰 사위한테 한 번 인심쓸려고 하시다가 장모님으로부터 몹시 힐난을 받으시고 입장이 난처해서 제 아내(큰딸)한테는 말씀을 못하시고 처제한테 이야기하였고, 이 이야기를 처제가 아내에게 들려주었으며 반납해 드리는게 좋겠다고 하여 돌려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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