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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의 혜원 신윤복을 보고나서

스티브황 2008. 10. 19. 21:22

감기몸살과 대상포진으로 축 늘어진 아내를 억지로 부추겨서 간송미술관을 찾아갔다.

 처음엔 간송미술관이 성북동이 아닌 인사동에 있는줄 알고 종로경찰서옆 주차장에 주차해 놓고 내비게이션으로 찾았더니 성북초등학교 옆으로 나온다.

 

부랴부랴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비 면제를 하소연하였더니 자기들은 직원들이고 컴퓨터에 한번 찍히면 어쩔수 없다면서 2천원을 내란다.

억울하지만 어쩔수 없이 내고나니 이제 아내가 타박이다. 미리 좀 알아보고 했으면 쓸데없이 2천원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면서...

 

부랴부랴 찾가갔더니 이미 길이 길게 늘어서 있다.

주로 어린학생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다.

아내에게 얼른 내려서 줄을 서라고 하고선 한참을 돌고 돌아서 한가한 길옆에 주차할 수가 있었다.

인근 설렁탕 집 주차장에 미술관 구경하고 점심 먹겠다고 하여도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므로 주차할 수가 없단다.

성북동이란 성의 북쪽이라 산골짜기로 길이나고 집이 들어서서 그런지 변변한 주차장 하나 없다.

 

아내한테는 벌써 문자가 와 있다. 돌아갈 것인지 기다릴 것인지를...

예까지 벼르고벼르서 왔는데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돌아갈 수는 없다. 묵묵부답으로 기다리기로 하였다.

정말로 2시간 정도를 기다려서 좁은 미술관 안에 들어가니 관람객들로 비켜날 틈이 없다.

 

요즘 여자텔렌트가 남장하여 혜원 신윤복으로 나오는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 영향으로 관객이 더욱 많단다.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실물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소문에...

 

주로 영정조 시대인 1600년대 후반에서 1700년대 후반까지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가지런히 한글 세로로 쓴 혜경궁 홍씨의 글에서 혜경궁의 정숙하고 가지런한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정조대왕의 글씨에서 매끄럽고 힘찬 모습에서 역시 대왕이라 부르는 사유를 알겠다.

 사대부들이 그린 그림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중국 그림을 모사한 것이 많이 눈에 뛴다. 何事過橋(무슨일로 다리를 건너는가)등등등...

 

역시 평론가의 평가대로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그림은 독특하고 흥선대원군의 대련글씨,

추사 김정희의 대련과 茗禪(차를 마시며 하는 참선)이라는 글씨기 눈에 뛴다.

특히 혜원의 그림은 책을 통해서 많이 보아 왔지만 이렇게 실물을 보기엔 처음이다.

미인도, 월하정인등 대략 여섯점 정도가 전시되어 있다.

 

조선시대 중기의 풍속을 아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인물 묘사엔 상황의 분위기를 절묘하게 나타내고 있다.

미인도엔 조선의 미인을 아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어 마치 살아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여자텔렌트를 남장을 시켜서 등장시켰구나 하는 생각이다.

한결같이 그림에 여자가 등장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그리고 있다.

혜원은 여자같은 용모와 여자같은 심성을 가지고 여자를 동경하는 그런 화가였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반상과 남여구별이 엄연한 사회에서 여자를 그것도 선비들과 배타고 물놀이하는 여인들(아마도 기생인듯...),

냇가에서 빨래하고 멱을 감는 여인들, 달빛아래 젊은 남여 한쌍이 등을 들고 연애하는 장면 등등이

 

그 시대 유교사회의 도덕율의 범주에서 보면 풍속을 어지럽히는 그림으로 충분히 족하다. 

그리고 화사한 원색으로 그려져 있다. 당시의 검은 묵색 일변의 인물, 산수화에서 요즘으로 치면 칼라풀하게 그리고 있다.

아리따움과 요염함과 색색의 치마와 붉은 입술 연지 등

 

유교와 도교의 이상사회를 그리는 관념산수화, 진경산수화등 공부하는

틈틈이 마음을 갈고 닦는 그런 일변도의 그림에서 감정이 살아 움직이고 살아가는 세상사람들의 풍속을 그리고,

그리고 감정을 표출하는 그런 그림을 헤원 신윤복은 그리고자 하였던 것 같다.

 

영정조 시대를 조선시대의 문예부흥기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신윤복의 그림에 나타나는 남여의 감정과 유흥이 오늘의 젊은이들과 뭐가 별반 다르겠는가 다만 유희의 방법과 시대만 달리할 뿐이지... 

 

이렇게 좋은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신 간송미술관에 감사를 드린다.

더욱이 간송 전형필 선생에게 깊은 존경의 마음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