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2)

나와 친구가 된 자갈 사장

스티브황 2010. 7. 4. 22:15

자갈 사장이라고 하면 먼저 부산 자갈치 시장의 무슨 사장으로 착각할 수 있겠다. 절대 아니다. 필리핀에서 하천의 돌과 자갈을 잘게 갈아서 파는 일명 돌 공장 사장이다.

 

그냥 여기서는 김 회장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그분의 프라이브시를 보호해야 하니까. 왜 그 흔한 사장이 아니고 회장이냐 하면 어느지역의 한인회 회장을 역임한 바가 있어서 그냥 회장이라고 부른다.

 

돈은 버는지 까먹는지 몰라도 정말 대단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하기 힘든 험한 사업이다. 우선 인허가부터가 만만치 않다. 지방정부의 허가가 만만치 않다. 잘못하면 정경유착이 되고 토착비리의 단골메뉴가 되는 그런 사업이다. 그것도 남의 나라에서 허가를 얻었다는 자체가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이다.

 

현지인들도 돈이되는 사업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런 사업을 외국인에게 팔고 그 외국인은 다시 건설업자에게 팔게 놔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돌이 깨서 파는 장사는 액면으로만 보면 엄청 남는 장사이다. 각종 건설현장에 꼭 이 자갈자재가 필요한데 항상 어느나라건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한다.

 

여기서 인허가를 얻고 제대로 가동을 하기까지 대략 7 ~ 8년 이상이 걸린 것 같다. 온갖 방해와 소송을 해결하느라 오랜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한국으로 쫒겨날 궁지에 몰리기도 하고.....

 

하천을 따라 상류쪽으로 올라가면서 돌과 자갈을 캔다. 포크레인과 트럭으로 캐서 실어나르고, 다시 물을 뺀후 트럭으로 실어서 파쇄기 부으면 잔 자갈과 흙이되어 나온다.  

하천의 돌은 단단하단다. 그럴 것이다. 물에 씻겨서 단단하고 둥근 것만 살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정한 등급 이상의 강도가 나와야 건축용으로 사용될 수가 있는데 이곳 하천의 돌들이 단단해서 좋단다.

 

어제 그 현장을 갔다왔다. 약 한시간이 걸린다. 클락으로 가는 고속도로 중간 쯤에서 플로리다폴란카라는 지역에서 톨 게이트를 내려서 다시 포장도로 반 비포장도로 반을 합하여 20여분을 달리면 다다른다.

 

큰 돌 파쇄기에서 돌 파쇄가 되어 콘베이어 벨트를 따라서  파쇄된 돌(잔 자갈)이 크기에 따라 분류되어 4군데로 쌓이고 있었다. 트럭들이 줄을 서서 자갈을 싣고 떠난다. 주로 고속도로 기반공사에 사용되거나 건축용 레미콘의 재료로 사용된다. 그러니 건설공사에서 꼭 필요한 자재이다.

 

 

우리(다른 일행 한명과 같이)가 갈때 뭘 가지고 가면 되냐고 하니까, 김밥과 음료수를 사가지고 오란다. 물론 주변 보이지 않는 곳에 원주민 마을만 있을 뿐이고 민가라곤 보이지 않으니 매점이라던지 식당이라던지 당연히 없었다.

 

우리가 가지고 간 김밥으로 점심을 떼웠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파쇄기가 고장이 나서 고치고 있었다. 기계는 한국산인데 워낙 단단한 돌을 깨다 보니 고장이 자주 난단다. 그리고 부품은 전부 한국에서 가져 와야 하고... 필리핀인들은 이런 튼튼한 파쇄기를 구하고 부품을 조달할 수가 없어서 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한참을 해머로 두드리고 포크레인으로 로프를 이어서 끌고 하더니 고쳐진 모양이다. 하얀 먼지를 일으키면서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돌 깨지느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린다. 전기를 엄청 많이 먹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자체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만들고 있다.

 

그는 보스 기질이 있다. 그래서 술이라도 한잔하면 내가 놀린다. 김회장님은 조폭은 아닌데 조폭 두목같은 카리스마와 분위기가 풍긴다고, 들리는 이야기에는 한때 카지노에 빠져 돈을 많이 잃기도 하였다는데 확인할 길은 없다.

 

현장에서도 느끼고 누군가가 또 이야기했듯이 김 회장을 아는 사람이면 다들 느끼는 거 겠지만 김 회장은 제대로 적성을 찾아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이해타산을 따지고 잇속을 챙기기 위해 남을 이용하지도 않고 그저 다 포용할려고 하는 마음이 있어서 좋아한다. 그러나 서로가 존칭을 쓴다. 나이들어 사귄 친구라 막말하기가 서로가 쑥쓰럽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서로 존칭을 사용한다. 오히려 그게 더 좋은 것 같다. 마음 편하게 대하나  친구랍시고 서로 무례하지 안고  선을 넘지도 않기 때문이다.

 

 - 가운데가 김 회장이다.

 - 멀리 돌 파쇄기가 보이고 앞에는 쌓아둔 자갈과 그 자갈을 실어주는 포크레인이 보인다.

 - 근로자들의 휴계실 겸 식당이다.

 - 파쇄기의 가운데 부분이다. 2차로 돌을 더 잘게 분쇄해서 크기에 따라 분류를 하는 기계이다.

 - 파쇄된 자갈이 나오는 부분이다. 여기서는 이 자갈이 제품인 셈이다.

 파쇄기의 오른쪽 부분인데 우측의 트럭에서 돌과 자갈을 부리고 있다. 그러면 바로 파쇄기로 들어가서 분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