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슬프고 슬프다. 이모가 돌아가셨다. 찾아 뵙지도 못하고...

스티브황 2011. 8. 6. 22:48

어제(8월 5일, 금) 아침 늘 하던 것처럼 수빅에서 아떼가 마련해 주는 아침을 먹고 2층으로 올라가서 인터넷 폰으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통상 필리핀 시간으로 7시 40분경이다. 아내가 가라앉은 목소리가 이모가 돌아가셨다고 조금전에 분술이 누나로부터 엄마한테 연락이 왔단다.

그러면서 엄마를 바꿔준다.

 

요즘 8월 1일부터 어머니는 우리집에서 한달간 어깨 수술후 회복을 위해 계신다. 7월 한달은 둘째 형님댁에서 요양을 하셨다.

어머니 어깨 수술전 형제들이 모여서 누가 모시니 안 모시니 갈등을 일으키지 말고 각자 한달씩 차례대로 모시자고 다섯째가 제안을 하고

모두가 동의를 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집에서 8월 한달을 계실 예정이다.

 

어머니는 몹시 슬프실 거다. "너거 이모가 늘 내 죽거들랑 너거가 와서 도와달라"고 늘 하셨단다. 어깨가 아파서 갈수 있겠냐고 하면서...

이모는 아들이 없고 딸만 둘이다. 그래서 장례를 치를때 딸과 사위가 힘들 것이고, 적적하리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유언겸 부탁을 하고 또 하셨을 것이다.

 

다행이 여동생이 시어머니 문병차 일주일 전쯤에

창녕 시골에 들러서 이모를 뵈었다고 한다. 그때 이모께서 "너거 엄마는 어딧노?"하더라 면서...마지막 작별 인사도 못하고 그냥 훌쩍 이세상을

영영 떠나셨다.

 

마음이 착찹하다. 어제는 마닐라로 출장을 가기로 계획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출장을 가긴 가는데 마음이 내내 무거웠다.

새벽 한시 반경에 수빅 비닉티칸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형제분들 다 돌아가신지 10년이 훌쩍 넘었는데, 이제 어머니 형제분들도 어머니만 남으셨다. 얼마나 슬프고 외로우실까.

둘째 형님이 이모와 이종사촌 누나와 동갑이라 각별히 지내서, 어머니를 모시고 내려가겠다고 해서 오늘 어머니와 같이 내려가셨다.

아내도 나를 대신해서 내려갔다. 고마운 일이다.

 

이모님!!!

아 슬프다.

평생을 착하고 베푸시며 사셨는데...

우리 조카들이 가면 뭐든 먹을 것을 내 놓으셨다.

고구마, 밤, 대추등 주로 집 주위에서 나는 과일 등

게다가 굿을 하고 남은 과일등을 많이 주셨다.

 

우리를 위해서 점을 봐 주시고

굿도 해 주시고

아내가 루마치스로 아플때 어머니가 이모에게 물어보았더니

곧 나을거라고 하셨다면서...기대를 가지기도 하였다.

 

어릴적에는 어머니까 이모에게 부탁해서

밤새워 굿을 하신 적도 있다.

밤새 북과 징을 치면서 한숨도 주무시지 않고 굿을 하셨다.

구경하다 지쳐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면 그때사

굿을 그치시고 주섬주섬 챙겨서 잠도 주무시지 않고 떠나셨다.

 

어머니와 이모께서 무엇을 기도하셨는지는 지금도 모르지만

집안이 편안하고 아버지 건강하시고, 아들들 공부 잘하게 해달라고

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추측이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이모는 아기신과 교류를 하신다고 한다.

한참 점을 보시다가 신의 말을 전달할라치면

아기 목소리가 나온단다. 나도 본적이 있다.

 

젊었을 적에 딸(이종사촌) 둘을 두고서 친정 곳인 외갓집 마을에서

사셨다. 왜 그렇게 사시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점을 보러 다니시는게 평생의 직업이셨다.

평생을 한마을에서 태어나서 같은 마을에서 돌아가셨다.

 

만년에는 많이 외로우셨을 것이다.

명절을 이용하여 시골에서 서울로 돌아갈때 가끔은

형제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모두 이모님댁을 몇차례 찾아뵌 적이 있다.

무척 반가워 하시고 자주 놀러 오라고 자주 놀러오라고...

그러시면서 이것 저것 먹을거리를

내 놓으면서...

자주 놀러를 못 갔지만 이제 그나마 갈 수도 없게 되었다.

 

우리 어릴적이나 지금이나 그 오두막같은 집에서

농경에서 정보화까지 세월이 바뀌었는데도

이모는 그때 그 집에서

집 내부만 개조해서 그냥 사셨다.

이제 그 집을 누가 지킬거나...주인을 잃었으니

제사라도 시집간 딸들이 지내 줄런지...

슬프고도 슬퍼다.

찾아가서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하지 못해서 또한 슬퍼다.

 

이승에서 평생을 선하게 사셨으니 좋은 곳에 가실거라고

절에도 자주 가셨다니 극락왕생하실 거라고...

이모님 영생하시길 간절히 간절히 기원할 겁니다.

이모님 가보시지도 못한 먼 곳 필리핀에서 조카 상식이가

이모님의 돌아가심에 슬퍼하고 추모하고 있음을

추모하고 있음을...

꼭 기억 해 주시고 이승을 떠나실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