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 돌아가시고(양력 2020.08.10) 장례(8월 12일) 치른 후 장인어른 유품을 정리하다 서재에 꽃혀 있는 빛바랜 책을 꺼내봤다. '글자의 혁명'이다. 뭘까, 궁금했다. 마침 눈에 익은 글귀가 나온다. '최현배', '군정청', '문교부'다. 예사롭지 않다 싶었다. 군정청이라면 해방 후 1948년 정부수립 전까지 3년 동안이다. 그 기간에 발간한 책이란 걸 느끼고 해수를 재보니 대략 73년이 경과했다.
게다가 '문교 연구 총서 첫째 책'이라고 제목 위에 씌여 있다. 해방 후 우리 글을 어떻게 정착 보급시켜야 할지 비록 군정청 문교부지만 최대 과제였을 것이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책 표지가 똑 같다. 전체 198페이지로 이루어져 있다. 뒷면 겉표지는 낡아 떨어진 모양이다. 장인어른께서 두꺼운 마분지를 대고, 한지로 정성스레 감싸 책이 낡아 떨어지지 않도록 마무리하셨다. 책 표지에 하얀 한지를 덧댄 모양이 돋보인다.
머리말에서 최현배 선생은 일제 치하 막바지 3년 옥살이를 하면서 한글 가로쓰기를 연구하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 바램대로 한글 가로쓰기는 완전히 정착했다. 일부 문집이나 축문 등에서 아직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나가는 세로쓰기가 있지만 대부분 한글 가로쓰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한자보다 한글이 미래 타이프라이터에 좋다고 역설하셨다. 또 하나의 주장이셨던 '한글 전용쓰기' 즉 한자 안쓰기인 것이다. 국민학교 4~5학년때까지 한글에 괄호로 한자를 넣기도 했지만 6학년 때 부터인가 한자가 사라졌다. 그리고 한참 후까지 한자를 쓰던 신문에서 한자가 사라졌다. 요즘 가끔 연구서나 보고서에 한글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괄호로 한자를 병기하기도 하지만 한글전용이 완전히 정착한 것이다.
다음 페이지를 보면 '한자 안쓰기와 한글 가로씨기'라고 씌여있다. 그 당시엔 '가로써기'로 표기한 모양이다.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의 집념이 실현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혼과 얼이 한글 속에 배기기 시작한 것이다. 글과 말을 통해 명실공히 한민족 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1947년에 발간됐다고 백과사전 기록에 나온다. 대한민국 문교부의 첫 번째 연구서라서 중요하고, 정부수립 전 군정청에서 발간한 책이라서 귀중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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