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저께 이틀동안 인사동 거리를 아내와 같이 둘러 보았다. 지금껏 인사동은 많이 들었지만 작심하고 둘러보긴 이번이 처음이다. 휴일이고 포근한 날씨라서 그런지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나 젊은 연인들이 여기저기 화랑에서 그림 감상하고 길거리 노점상에서 호떡, 찰떡, 꼬치를 사 먹고 주변 기념품 가게에서 기념품을 사기도 하고 한끼에 4천원하는 식당에는 젊은 연인과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기다리다 식사를 하고 가곤 한다.
우리부부도 한줄서서 기다리다 무뚝뚝하고 다소 불친절한 아주머니의 안내를 받아 된장찌개와 순두부찌개를 먹었는데 그냥 그런저런 맛인데 아마 천원이라도 싸서 그런가 보다.
오후 3시경이다. 늦은 점심을 먹을려고 수도약국 옆 골목으로 접어더니 중국 조선족으로 보이는 사람이 중국 골동품을 길거리에 깔아 놓고 있었다. 바닥 자리 양 끝에 단계석 색깔의 벼루 2점으로 눌러 놓은게 눈에 띄었다. 좀 전에 중국 골동품 노점에서 만났던 짧은머리의 사람이 다시 보인다. 이것저것 도자기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 폼을 잡고 있다. 좀 전의 노점에서 했던 행동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눈치를 채지 못했다. 우연의 일치겠거니 중국 골동품에 나와 같이 관심이 많은 사람이거나 골동품상이겠거니 생각해서 오히려 친근감을 느꼈다.
노점상 주인에게 여기 물건중에 신작이 아니 진짜 골동품이 어느것이냐고 물었더니 청대 찻잔과 술잔받침을 추천한다. 난 계속 단계석벼루에 관심이 있어서 물었더니 단계석이고 한개에 3만원이란다. 뒷면을 보았더니 긁힌흔적이 있어서 주인에게 물어보아도 대답이 흐지부지한다.
바람잡이(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한테 물어보니까 틀림없는 단계석이란다. 만져보지 않아도 안단다. �힌 흔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 믿음이 생기면서 2개를 깍아서 4만원에 사고 말았다.
집에 오기까진 기분이 좋았다. 제대로 된 물건을 골랐다는 자부심에...집에와서 펼쳐보니 상처가 두군데 나 있어서 칼로 긁어보니 시멘트 가루가 묻어 나오고 칼로 �으보니 흰선으로 선명하게 �힌다. 그때사 북경에서 조선족 가이드가 한 말이 생각난다. 시장에 나오는 단계석 벼루는 시멘트로 만든 가짜라고 만져보지도 말라고 한 말이 왜 아깐 생각나지 않았을까.
싼게 비지떡인데 혹시나 조선족 중국인이 잘모르고 진짜를 싸게 파는게 아닌가 하는 요행심에...절대 오산이라는 것은 집에 와서야 알았다. 단계석은 광동성 단계 지방에서 나오는 돌인데 매우 단단하고 무겁고 색깔이 다양한 아주 귀한 돌로서 예로부터 귀하게 취급하던 물건이다.
금년 3월 가서 보았던 쿤밍 골동품박람회에서 명나라때 만든 것으로 문양도 없는 단계석벼루가 우리돈으로 7천만원에 팔렸단다. 그 조선족과 바람잡이가 나에게 사기친게 아니라 내마음의 요행심이 사기가 들어오게 만든 것이다.
마음에 드는 제품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평균 가격보다 싸다면 무조건 신작이거나 가짜로 보면 틀림없다는 사실과 몹시 비싼 물건이라고 하면서 출처도 밝히지도 않으면서 또한 구입한 자료(도록, 구입영수증등 증빙자료)도 없이 판매하는 것도 일단 의심을 하고, 사고 싶어도 꼭 전문가를 대동하여야 낭패를 보는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않으면 이미 마음속에 속일려는 장사치들이 스며들 것이다. 정말 제대로된 물건만 파는 가게가 없어 보여 아쉽다. 인사동의 중국 골동품, 도자기 가게들을 몇군데 둘러보았는데 대부분 모조품, 신작, 가짜, 저급품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다.
이런 물건들을 파는 가게, 노점상들 때문에 인사동에서 잘못사면 낭패를 본다는 말이 번진 모양이다. 정품 제대로된 물건만 팔겠다는 정화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골동품, 서화등에 관심이 많은분들은 명심 또 명심해서 가짜 저급품이 인사동에 발을 붙일수 없도록 가짜 싸구려 위작을 구분하는 혜안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위 사진을 보면 곳곳에 긁힌 흔적이 보인다. 살 때는 왜 이런것이 보여도 미쳐 느끼지 못하였을까. 뭣에 씌여서 그렇다는 옛말이 여기에 딱 들어 맞는 말인 것 같다. 한편 그럴듯하게 보일려고 벼루 뒷면에는 "鳥無不到 吳天長"이라 씌여있다. 굳이 해석해 본다면 "새들이 머물지 않은곳이 없도록 오나라 하늘은 길구나"라는 뜻으로 풀이해 보지만 맞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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