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아닌건 아니라는 자세와 책임 안지려는 자세

스티브황 2014. 7. 16. 11:24

   세간에서 정치인들은 교도소 담장위를 걷는다.

당사자가 보기에는 정당한  정치자금으로 보이지만

세상 사람들은 불법 정치자금 또는 뇌물로 본다.

그래서 검찰의 잣대를 들이대면,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고

정치인들 지네들 눈으로 보면 교도소 담장 밖의 일이라고 여긴다.

세상일이 이와같이 구분이 기준에 따라 보기에 따라 그 차이가 상당하다.

 

택지개발지구 토지구입 자금으로 이미 수백억을 투입하였으나

이미 미국발 리먼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경기는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열탕에서 냉탕으로 그 한가운데 있었다.

 

이미 택지를 내놓은 농민들은 얼른 잔금을 달라고 시청앞에서 데모를 하고

시장은 택지개발하겠다고 공약을 하였고 그 실행으로 이미 일부 토지대금을 지급한 상태에서

다음 선거를 바라보고...

추가 자금(토지 잔금 및 택지개발 공사비)을 투입하지 않으면 시와 시행사가 약정에 따라 시행권을 몰수하겠다고

독촉문서를 보내고, 시청에 가면 담당과장이 어름장을 놓고, 

주간사인 증권사는 초기 최대 투자자로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토지 중도금과 잔금은 제1 금융회사를 통하여 조달할려고 하였으나

컨소시엄 금융회사 중에서 차례대로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제일 후순위 투자자로 또 다시 주간사인 증권사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증권사는 기투입한 400억원을 대손처리하기 보다

비록 제일 후순위 이지만 추가 투자하여 불씨를 살려 놓겠다는게

대표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뿔싸 이 일의 책임자는 고집쎈 나였다.

 

시골 중소도시(인구 약 30만 미만)에서 약 2 ~ 3만의 인구를 수용하는 새로운

규모의 아파트 숲을 조성한다면 과연 그 수요(수분양자)가 있을까???

바로 옆에 기존 이미 개발된 택지에도 1.2차 아파트를 분양하다 더 이상

분양 전망이 없어서 중단해 버린 상태에서

 

민간 시행사는 지네들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증권사가 투자한 돈 50억원을

매월 1.2억원씩 이미 50억을 다 써버리고, 추가 투자하라고, 지네들은

이미 잃을게 없으니 증권사를 또 끌어들이겠다고 압박을 하고

 

드러난 환부는 과감히 도려내는게 옳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이미 전임자들이 저지르고 성과급을 받아먹고 말단 직원만 남아있고

모두 퇴사(사장, 상무, 팀장)해 버리고 나더러 책임지고 추가 투자하라니...

도저히 감내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사장과 부사장이 날 부르더니 이번 한번만 투자하게 투자승인을 올려 달라고 한다.

1시간 이상을 설득하는 자리에서 도저히 할 수 없다고 버텼다.

이번일만 잘 처리하면, 다음 승진은 보장한다는 뉘앙스를 흘리면서

설득을 하시다

이 틈에 사장께서는 시간이 지나고 약속된 손님이 오셔서 다른 접견실로 떠나면서

부사장 더러 나를 잘 설득하라고 하면서 나가시고

 

부사장과 우두커니 앉았다가...부사장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황이사가 잘 판단해"하면서 앞장서서 사장실을 나가신다.

표현은 모호하지만, 추가투자를 진행하라는 암묵적 지시 내지는 압박이었다. 

 

이제는 'Yes냐 No'인가를 결정할 시기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단호히 결정하였다.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만약에 꼭 투자 승인을 올리라고 한다면...

임원들이 연대하여 '투자승인을 올려도 좋다'는 글로 된 뭔가를 달라고 하였다.

당시의 경제여건(리먼 사태 이후)과 싸늘하게 식은 분양시장, 더구나 지방도시에 쌓이는

미분양 물건들,,,도저히 추가 투자할 수 없는 상태, 즉 손실이 뻔히 보이고 단지 시간만 늦추는

추가 투자는 업무상 배임이고 직무유기라고 판단하였다.

 

인사팀장을 통하여 추가승인을 올리라는 글을 내려주던지

아니면, 나를 보직해임하라고 요청하였다.

그리고 인사팀장이 몇 차례 오고가더니

나더러 스스로 보직해임을 요청하는 '문서'에 날인을 하란다.

나중에 인사상 부당 보직해임(투자 지시 거절을 사유로)으로 시비를 걸까봐 그런다는 것이다.

올 것이 왔다고 판단하면서, 그냥 보직해임을 하면 되지...

왜 날인을 하라냐고 하면서 거절하였다. 그리고 집 가까운 지점으로 보내달라고 하였다.

대충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점에 있다 퇴직할 요량으로

책상 위의 짐을 싸고 인사발령을 기다렸다.

근데 보직해임하고 다른 사람이 센터장으로 오고...여기까지 뿐이었다.

 

일주일을 기다려도 지점으로 보내는 인사발령이 없었다.

잘 아는 사람을 통해서 수소문을 하였다.

회식자리에서 모두 나를 비난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점으로 발령을 내면 사장이 속 좁은 행동으로 보인다면서

일단 그 부서에 그냥 두었다가 중국이나 해외로 보내라는 것이다.

그리고 몇 개월을 기다리다 필리핀 재투자가 승인되면서 중국이 아닌

필리핀으로 파견을 가게 되었다.

 

결국에는 다른 센터장이 50억원의 추가 투자승인을 받았으나

금융회사들의 추가투자 거부로 본 건 투자는 결국 집행도 못하고 무산되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투자 승인을 받았어도, 투자가 집행되지 않았고 또한

보직을 지키다가 사장의 구두 약속이지만 승진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대신에 해외 파견은 가지 못하였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 투자한 프로젝트에 추가 투자함으로써 져야 할 책임을 안 지려는 자세와

사업성이 없는 전망이 전혀 없어 보이는 프로젝트에 추가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으므로

단호히 추가 투자승인 신청을 거부하는 두가지 자세가 나오고...

전자와 같이 보기도 하고 후자와 같이 보기도 하는 문제였다.

 

대처하는 방식이 곧 그 사람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격과 물리면서 나타난다.

난 스스로가 봐도 직설적이다. "예"도 아니고 "노"도 아닌

인내하면서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내심은 반대하면서 겉으로는 중립을 지키거나

무표정하거나 하지를 못한다. 우회적이고 노회하지 못하다.

상대방이 제풀에 지치거나 포기하게 하는 인내도 설득도 부족한 성격이다.

 

인생에서 어느 길이 좋은 길이고 잘된 길이라는 것은 모른다.

그렇지만 인내하고 수용하면 적어도 잘못된 길로는 안내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반성한다.

나의 결정과 판단이 지금도 옳다고 본다.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니라고 생각만 한 것이 아니라 너무 직설적으로 못하겠다고 까지

말로서 행동으로 표출해 버린데 대해서는 조금의 미련이 남는다.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했을까???

 

승인을 받아 놓고 기표하기까지 시간을 벌면서

다른 금융회사의 승인여부를 살피는 인내를 가지면서

일을 처리하였다면, 하는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이후 사장과 부사장으로 부터 미움과 비난을 받았고

해외 파견을 가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사무실을 방문하여

인사를 하여도 받아주고 차도 한잔 나눌 정도로 완화가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때는 필리핀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고 돌아오면 좋은 보직을 주겠다고 까지 하였으나

필리핀 프로젝트가 망가지고 그리고 사장 부사장이 떠나면서 곧 이어

나도 회사를 떠나면서 모든 것이 지난일이 되어버렸다.

 

"책임 안 지려는 자세와 아닌 것은 아니라고 거부하는 자세"

"오직 해당 프로젝트만 바라보는 책임자와 회사 전체의 수익을 바라보는 사장과의 생각의 차이"

인간이 조직을 만들어서 운영을 하는 한 영원이 같이 존속하게 될 생각의 차이다.

현명과 지혜와 내공이 이럴때 필요하다.

강직만 있었지 지혜와 내공과 현명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고 가끔은 되새겨 진다.